청명학원 이야기
새로운 이름 청명으로 학원을 이전한지 1년하고 3개월째입니다. '청명(淸明)'은 이름 그대로 '맑고 밝다'는 뜻이에요. 아이들이 푸른 하늘처럼 맑고 따뜻해지고, 생기로 가득 차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2001년 7월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2000년 12월,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여섯살에 성애원에 봉사자로 들어가 중2학생들 3명과 함께 한방을 쓰며 살았습니다. 그 이듬해 동네 보습학원을 인수해서 지금까지, 25년간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천 지역 보육원 아동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반값 또는 장학으로 무료에 가깝게 제공해 온 사역입니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학원 운영 수익과 여러 교회들과 개인 후원자들의 나눔으로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한 개인·공동체가 교육을 통해 ‘환대’를 실천한 긴 호흡의 삶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입니다. 가난 때문에 학습 기회에서 배제되는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수 있는 공간을 빼앗기기 쉽습니다. 25년간의 반값·장학 사역은 이천이라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아이들이 자기 가능성을 탐색할 “지적·정서적 공간”을 열어 주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 인간의 존엄과 서사를 지켜 온 장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4년 6개월동안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한국 지방 소도시의 교육격차는 가정의 소득·학부모 학력에 크게 연동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지자체 장학과 공공지원만으로는 사각지대는 늘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민간 학원이 장기간 보육원생·저소득층 학생에게 반값·무상 교육을 제공했다는 것은, 불평등 완화와 사회자본으로 국가·지자체의 복지 시스템 사이 틈을 메우는 ‘비공식 복지’ 역할을 합니다. 이웃 간 신뢰·감사·연결을 축적하는 사회자본 형성의 사례로 생각해볼 여지가 생깁니다.
환대·정의·소명으로 기독교 사회윤리에서 교육 장학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구조적 불리함을 넘어설 수 있게 돕는 ‘정의의 실천’으로 이해됩니다. 특히 보육원 아동·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장학 지원, 학원 사역은, 성경이 말하는 “나그네와 고아를 돌보라”는 명령을 교육 영역에서 구현한 환대의 신학적 실천입니다, 한 사람의 직업인 학원 운영을 소명으로 전환해 삶 전체를 봉헌한 형태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천시는 자체적으로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에게 학습비·생활장학금을 제공해 왔지만, 제도는 신청·심사·예산에 따라 제한을 받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25년간 꾸준히 민간 차원의 교육 장학을 실천해 온 것은, 공공복지와 신앙 공동체의 실천이 함께 엮여 하나의 ‘지역 교육 안전망’을 만든 사례로, 지방 중소도시에서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실천신대 '목회 사회학' 박사과정 신년회를 가면서 지난 25년간의 교
육사역을 거칠게 정리해봤습니다.